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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 칼럼

교회의 컨텐츠, 소통과 분별

by 길목교회 2021. 10. 23.

유튜브 '피식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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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배용길 집사 간증'이 인기입니다. 9월5일 올라왔는데 2달도 안되었는데 47만여명이 시청을 했고 댓글만 2000여개가 넘습니다. 일곱번 결혼하고 힘들게 자식들을 키우고 살아가는 그의 간증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어린 댓글을 달아놓았습니다. 간증의 주제도 '서로 사랑하라'이고 그냥 내용만으로만 보면 문제없는 평이한 간증영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영상은 실제 교회의 간증영상이 아닙니다. 피식대학의 코미디언 이용주씨가 한 코미디 프로그램 컨텐츠 중에 하나입니다. 너무도 사실처럼 설정을 해서 그냥 가볍게 스쳐지나가듯 보신 분들은 이것이 실제 예배시간에 간증을 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왼쪽 '피식대학' 이름이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오른쪽에 있는 '사랑누리교회' 이름과 '간증'이라는 제목, 강단의 십자가와 예배당 뒷편의 스크린 등의 익숙한 교회 모습 등으로 인해 실제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것이 실제 간증 영상인줄 알고 그의 숱한 이혼과 힘든 회사 사정 등을 공감하며 감동적인 댓글을 남겼습니다.

- 샬롬! 배집사님 은혜많이받고 갑니다 때때로 생각날 때 마다 배집사님 가정과 사업장을 위해 중보기도 하겠습니다
- 배집사님 주님께서도 이 예배를 받으시고 흐믓한 미소 지으셨을거 같아요 코로나로 인해 거리두기 중인 믿음생활에 단비를 내려주신거 같아 감사합니다
- 배집사님 이렇게 마음속 이야기 꺼내두시니 온라인으로나마 한결 가까워진 기분이 듭니다~ 많은 고난을 겪어왔지만서도 우린 사생아가 아닌 주님의 양육을 받을 따름입니다♡ 고맙습니다. 축복합니다♡
- 너무 은혜로워요 이렇게 온라인으로 듣는 간증 너무 좋아요..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게 느껴집니다
- 아멘..집사님의 입술을 통해…나온 하나님의 말씀이…얼마나 은혜로운지요…~~~*^^* 항상…집사님의..가정에..~~~평안 가~~득하길 기도합니다…*^^*…할렐루야~~~^^
- 집사님 간증을 듣고 눈물이 나네요~~ 하나님께서 모든 인생 길 늘 함께 하시고, 집사님 삶을 통해 드러내는 계획이 놀랍습니다~~ 늘 은혜안에 사시는 집사님 되시길 바라요^^* 아멘

 

더불어 시청률이 50여만명에 가까워지자 기독교인들에게 관련 영상으로 뜨기도 하고, 베스트 영상으로 사람들이 클릭해서 보게 되어 연속적으로 이런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어떤 신문사의 페이지에는 이 간증 링크를 올려두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몇 기독교 공영방송 공식계정은 이 컨텐츠에 진지한 댓글을 달아 이런 흐름에 기름을 붓기도 했습니다. 

코미디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리얼로 들이대는(?) CBS와 극동방송으로 인해 사람들은 그 애매한 코미디와 리얼사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했습니다. 기독교방송이 댓글을 단 것은 시청률때문이거나 담당하는 사람이 애청자라서 또는 개인적인 관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목적은 수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컨텐츠에 기대어 홍보를 하고자 하는 성격이 들어가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글 내용을 보면 채널로 들어올 수 있도록 안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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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미디 프로그램이 기획한 간증 내용으로만 보면 사실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코미디 컨텐츠로, 사실이 아닌 가공한 내용이라는 사실입니다. 이혼7번도 가짜고 그가 말하고 있는 내용도 간증이 아닌, 코미디 컨텐츠입니다. 본인이 익숙한 교회라는 환경을 코미디 소재에 활용한 것 뿐입니다. 그래서 피식대학과 한사랑산악회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이용주 개그맨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은 그의 이런 이색적인 소재의 코미디로 인해서 신기해하고 더구나 종교라는 미묘한 주제로 코미디를 하고 있는 그의 창의력에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모르는 기독교인들은 이 영상에 나타나는 삶의 역경, 고난, 간증, 연예인 등의 이미지를 보고 감동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어떤 이들은 유명한 연예인이 이런 간증을 하는 것에 고무되어 이것을 전도 활동으로 알고 박수를 보내기까지 합니다.

 

사실이 아닌 만들어낸 컨텐츠에 반응하고 있는 기독교인들의 이와 같은 모습은 순수해보이고 그저 코미디 분위기에 엮어져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 채널의 구독자들 대부분은 그것이 코미디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렇게 그 영상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이 이 영상을 그렇게 소비하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 존재합니다. 그동안 기독교가 무분별하게 수용해왔던 감동적인 말과 간증, 은혜와 은사 사역의 부작용이 지금의 한국교회를 만든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이기만 하면 지지하고 동질감을 느끼게 했던 패거리 의식이 오늘 한국사회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망가지게 한 요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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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독교인이 이 영상을 이해하는 틀은 무엇일까요? 그의 메시지일까요? 아니면 그의 개그맨으로서의 영향력일까요?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그가 코미디로 기획을 했기 때문에 억양과 내용 설정 자체가 억지스러운 면과 웃기는면이 있습니다. 억지스러운 영어 발음과 본인 스스로 수려한 외모를 언급하고, 7번의 결혼 이야기, 사랑이야기 등에서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뒤이어 나오는 그의 찬송부르는 영상에서는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 영상 컨텐츠를 전도하는 영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비기독교인들이 이 영상 메시지를 보고 감동을 받아서 반응하는 영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 영상을 알고 반응하는 사람들은 피식대학에서 그의 컨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이런 참신하고 기발한 컨텐츠에 코미디로서 호응해주는 부분입니다. 더불어 코미디 프로그램에 기독교인이 진지한 댓글로 반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 독특한 괴리사이에서 컨텐츠 소비자들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다양한 반응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영상 댓글 중 긍정적인 반응들은 기본적으로 이 컨텐츠 소비자들 외에, 유명연예인이 교회 관련 컨텐츠를 올렸다는 사실에 감동하는 기독교인들의 댓글이 대부분입니다. 마치 연예시상식에서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말을 하는 것에 반응했던 그동안의 기독교의 모습과 흡사한 형태일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배용길 집사로 나오는 이용주씨가 아닌 어느 다른 기독교인이 이렇게 간증하고 찬송을 불렀다면 어떻게 인식했을까요? 다소 불량해보이는 모습과 어투, 간증내용에 문제가 많다는 평을 했을 것입니다. 사실 그걸 통해서 비기독교인이 은혜받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 컨텐츠는 그냥 아는 코미디언이 새롭게 설정한 방식에 그것도 종교색을 띈 예민한 주제인 '교회'라는 주제로 하니 놀랍기도하고 재밌기도 해서 그저 반응해주는 것입니다. 그동안 코미디언 이용주씨가 좋아서 그가 하는 일들도 기쁘게 받아들여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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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사기꾼 목회자와 사역자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병고침과 은사 등으로 유혹해서 그런것에 관심을 가진 기독교인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사기꾼들입니다. 영화에서처럼 설교도 가짜로, 간증도 가짜로 해도 기독교인들이 분별하지 못하고 그냥 그 화려한 언변으로 넘어가 여러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자칭 선지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예언을 하고 신령한 모습을 보여주고 은사와 기적이라는 코드에 취해 많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따르는 모습이 얼마나 많습니까? 전쟁난다고 외국으로 다 피신시켜놓은 사람도 있고, 자신이 예수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은혜만 되면, 엄청난 스토리만 있으면 반응하는 한국교회의 상황, 카톡을 통해서 가짜 선교지의 상황을 무조건적으로 전달하고 이미 수년전의 상황을 오늘의 상황인것처럼 인식하는 기독교인들의 모습이 굉장히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말과 삶을 동시에 살피지 않는 그동안의 기독교의 모습때문에 일어난 현상입니다. 은혜와 기적 맹신주의때문입니다. 

 

기독교인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기독교인 국회의원, 장관, 연예인 등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소속이 기독교라는 것 때문에 반응을 해주고 환호해주었습니까? 기독교인 목사가 정당을 만들고 그곳에서 나온 대통령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처럼 생각하고 그를 밀어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대통령 될 사람이 단순히 교회 나가는 것 때문이어야 하겠습니까? 우리 민족 전체를 책임지는 자리에 교회 한번 출석한다고, 거룩하게 기도하는 척 한다고 찍어주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정치가로서 행정가로서 능력과 인품, 리더십 등의 모든 요소가 판단 요소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기 주관적인 생각으로 판단하고 찍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단순히 교인이고 장로이고 목사라서 몰표를 주는 것이라면 그것은 같은 기독교인으로서는 결코 옳은 판단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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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으로 복음이 전파되는 방식은 이제는 지나갔습니다. 이것 때문에 복음이 전파되고 하는 것은 극히 드뭅니다. 관심이 곧 복음전파는 아닌 시대가 되었습니다. 교회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해보십시오. 가장 호응이 낮고 사기꾼같고 이중적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게 오늘날의 기독교입니다. 그냥 교회가 유명해지는 것만으로 반겨할 일이 아닙니다. 어떤 컨텐츠로 소개되고 전파되는지가 중요할 것입니다. 컨텐츠 기독교가 전달이 되어야 하지 교회라는 거대한 이름과 영향력만 전파되어서는 안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정말 성경의 정신대로 살아가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것이 나 자신만의 유익이 아닌 공동체의 유익,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다보면 누가 인정해서가 아니라, 세상도 인정해줄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우리의 착한 행실이 세상에 더 필요한 때입니다.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더 믿어줄만하고 더 좋은 일을 하고 이 사회에 없어서는 안되는 그런 이미지가 될때까지 우리는 다시, 컨텐츠로, 성경의 기본으로 돌아가는것이 필요합니다.

 

교회다니는 사람이라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유명해지는 것이 중요한 때는 더이상 아닙니다. 저질 유튜버도 100만의 구독자가 있고 돈을 버는 시대입니다. 끔찍한 주제의 영화도 욕설이 난무하는 음악도 인기가 있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가운데 우리는 무엇으로 어떤 내용으로 유명해지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인정을 받을지가 오늘의 교회에는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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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씨의 CBS 인터뷰 영상이 있습니다. 힘든 시기를 살아온 멋진 그리스도인 청년입니다. 그가 앞으로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이 시대 좋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사역하기를 소망합니다. 사실 누구도 쉽게 하기 힘든 기독교, 교회라는 컨텐츠를 사회가운데 익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측면이 귀하고 고맙습니다. 그러나 이 영상을 소비하는 기독교인들의 익숙한 방향성은 이제는 좀 새로워져야 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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